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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삶은 선명해진다
작성자 dream 등록일 2020-02-03 21:17:19 조회수 39

 죽음 앞에서 삶은 선명해진다

 

 김정재 강도사

 

  인간의 존재를 환하게 드러내어 주는 주제들이 있다. 사람은 이런 주제와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을 보게 된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그중 하나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던 사람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을 때, 죽음이라는 주제를 만났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선명해진다. 이전에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매달리던 것들이 전혀 의미 없게 된다. 남은 시간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생각한다.

  삶을 선명하게 하는 주제에 대해서, 그것이 코앞에 이르기 전에 미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언젠간 죽게 된다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된 대학생의 나를 기억한다.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여전히 복잡한 삶 속에 있었지만 처음으로 단순해졌다. 죽음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살고 싶었던 거다. 그냥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고 싶었던 거다. 그냥 넉넉히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부요를 누리며 살고 싶었던 거다.

  내 안에 심겨 있었던 영원에 대한 목마름을 토해내던 그 해를 선명히 기억한다. 이내 내 안에 생수가 가득 흘러들어 왔던 그 해를 또렷이 기억한다. 다시금 복잡해진 나를 발견할 때마다. 모든 것이 단순해진 그 해를 다시 꺼내 본다. 최근 삶이 무질서해지고 망가져가는 것을 경험했었다. 과거 죽음이라는 주제가 나를 덮쳤던 것처럼, 무질서와 파괴라는 주제가 나를 덮쳤다. 주님께서 과거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나를 생명으로 이끌어 주셨던 것처럼, 무질서와 파괴라는 주제를 통해 질서와 창조를 경험하게 하셨다.

  목마름 뒤에 생수가 있다. 카오스 뒤에 코스모스가 있다. 어두움 후에 빛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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