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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롭게
작성자 dream 등록일 2019-12-02 20:48:46 조회수 77


 조화롭게

 

 설한순 권사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권사회와 주방을 겸하여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매월 마지막 주일 밤이면 다음 달 메뉴를 짜다가 내 머리까지 짠다. 숙제를 끝낸 홀가분함은 늦은 잠자리에 들어도 엄청 행복하다. 집에서 운전대를 잡고 교회로 향하는 길은 생각이 참 많아진다. 자연식으로 음식의 맛을 잘 낼 수 있을까? 전도팀에는 또 무엇을 해줄까? 새로운 메뉴를 선택해놓고 걱정과 기대감(이렇게 하면 맛있을 거야)이 혼재한 가운데 계절마다 메뉴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봄이면 파릇파릇 새싹들의 향연과 넘쳐나는 봄나물에 취해 으레 나물무침을 그린다. 무더운 여름이면 짙은 나무 그늘 아래 매미들의 노래 소리에 더위를 식힐 때 육수 낸 차가운 냉국으로 마음 또한 시원하게 식혀본다. 어느새 가을이 왔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보며 찬바람에 떨어질 나뭇잎에 슬퍼지기도 하지만 사시사철 풍요로운 식재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석연찮은 솜씨에도 불평 없이 맛있게 드셔주시는 성도들께도 감사드린다. 마음으로 꼭 지키려고 다짐한 것은, 주방에서 화목하기 지혜롭게 잔반 처리하기 일하다가 예배에 소홀하지 않기였다. 이런 나와의 약속도 그 부담감도 팀원 모두가 하나 되어 조화롭게 빚어내어 우리를 만들어갔다.

  모든 만물도 자연도 자기의 역할을 스스로 감당한다. 곧 차디찬 눈보라와 삭풍은 계절의 흔적을 지워버리겠지만 다시 봄을 주실 그분께 감사하며, 육신이 지쳐가더라도 주어진 길 위의 여정을 우리 성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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